작성일 : 11-06-24 17:53
내안의 빛을 찾아서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676  
내안의 밝을 찾아서
                                            
                                        광주 일곡 전수장   이지숙


“본립도생(本立道生)”
국선도 도장에 발을 들여놓고 처음 들어봤던 생소한 말이었습니다. 기본이 바로 서야 한다! 기본이 뭘까를 내안에 물으며 도장에서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던 3년 전 그때, 저는 뭔가를 필요로 했었습니다. 인생의 지표 같은 것, 방황을 잠재울 수 있는 강한 구심점 같은 것을.

원장님과 사범님의 지도를 받으며 누군가 제게 관심과 정성을 보여준다는 것이 너무 감사해서 편안한마음으로 수련을 시작할 수있었습니다.
맨 처음 한일은 제 몸을 살피는 것이었습니다. 몸살피기를 하는 과정은 그동안 흘려보내지 못하고 쌓아두었던 것들을 정화시켜내는 과정이었습니다.
40년 묵은 마음의 호수를 휘저어보니 바닥에 가라앉아있던 먼지와 상처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가슴에 묻어두고 애써 모른 척 외면하며 살고 있는 저를 보게 되었고, 하나 하나 꺼내어 들춰보고 흘려보내는 작업을 하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저 자신에게 그동안 돌봐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용서하라고 사랑한다고 말해봤습니다.

그렇게 저자신과 화해를 하고 소통을 시작하면서 몸이 열리고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행공을 하고나면 세포 하나 하나에 꽃망울이 맺히면서 몸에서 꽃이 피어나는 것 같았고, 단전에 마음 집중이 잘 되면 그곳이 바로 천국이었습니다.

생활의 자세에도 많은 변화가 왔습니다.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려하고,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것에 감사하려하고, 순간순간을 열심히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자세였습니다. 그리고 몸에 기운이 붙으면서 스트레스에 강해져 가고 있는 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기단법수련을 하는 동안 이렇듯 제 몸과 마음  안에서는 무수한 정화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새봄에 얼음이 녹듯, 나무에 물이올라 새싹이 돋듯!

중기단법이 하늘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12경락을 열어주는 기초과정 이라면, 건곤단법은 단전축기를 통해 힘을 길러야하는 단법이었습니다. 단전에 복압이 더 느껴지고 손과발에 기운이 차오름을 느끼는 가운데, ‘나’를 책임질 수 있는 강한 힘을 기르고 싶었습니다. 깨어있을 수 있는 힘, 사랑하며 살 수 있는 힘!
그러나 그 마음이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되어 배를 경직시키고 호흡의 순환을 방해했습니다. 불편한 호흡을 관찰하면서 이완의 중요성과 호흡이 얼마나 크게 마음의 작용의 영향을 받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욕심도 내지 말고, 욕심을 내지 말아야겠다는 그 마음도 잊어버리고 텅 비어있기’

원기단법승단을 하면서는 승단의 기쁨보다 수도자로 도장의 주인으로 수련에 임해야한다는 무게감 같은 것이 컷습니다. 어려운 동작에서는 꾀를 부리기도 했고 매일 반복 되는 수련에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체력향상과 정신적 성장은 물론 호흡의 진전도 없는 것 같은 정체감을 느낄 때는 10년만 일찍 국선도를 시작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마디가  찾아올 때 애정 어린 비판을 해줄 수 있는 스승이 곁에 있었고, 혼자하기 힘들 때 함께 가는 길임을 느끼게 해주는 도반들이 항상 곁에 있었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감사한일이었습니다. 앞으로 또 다른 마디가 오리 란걸 알고 있지만 그것이 크게 두렵지 않은 것은 혼자 가는 길이 아니 라는 믿음 때문이며 성장의 마디 란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몸을 열어 마음을 키우고 자연과 하나 되고자 하는 이 길이 얼마나 많은 반복과 인내가 필요한 길인지 배우고 있습니다. 그 숱한 반복과 인내는 내안의 구름을 보게 할 것이며 그 구름이 걷히고나면 본래의 밝은 빛이 찬연히 드러날 것입니다.

수련을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은 마음이 아파서 도장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나 몸이 아파서 의사의 권유로 수련을 시작한 사람들이 점차적으로 조금씩 치유가 되고 밝아진다는 것입니다. 호흡의 깊은 맛을 알고 즐기면서 수련하는 분들을 보는 것도 커다란 행복 입니다. 국선도 수련이 단순한 운동차원을 뛰어넘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생활의 도로 널리 활용되어 질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을 봅니다.
우리조상들의 심신수련법의 지혜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국선도가 좀 더 활성화되고 정신적 문화유산으로 잘 전승되어지기를 염원합니다.

앞서 이 길을 걸어간 스승님과 많은 선배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