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6-24 17:52
난생 처음 굶어보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68  
어렸을 때 어머님에게서 늘 듣던 얘기가 있었다.
  “얘야, 끼니는 거르지 마라.”

  나는 그동안 어머님의 그 말씀을 금과옥조로 지켜왔다. 굶으면 큰일 나는줄 알고... 그런데 54년 만에 처음으로 어머님 말씀을 어기게 되었다.

  내가 수련하고 있는 서울 풍납동 수련원 원장님께 ‘수련을 제대로 할 만한’ 휴가지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비우고 거듭나기, 명상단식’을 추천해 주신 것이 동기였다.
  
  나는 평소에 혈당 수치가 정상치보다 약간 높은 데다가 가족력까지 있어서 늘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혹시 단식을 하면 내 몸안의 찌꺼기와 독소가 배출되어 혈당이 정상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임원장님 추천에 응했다. 아울러 휴가동안 양화기를 느껴보고도 싶고,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는 호흡도 해볼 작정이었다.

  54년 동안 끼니 한번 안걸러본 나이기에, 처음에는 3일 단식을 해볼까 생각했다. 3일씩이나 굶는 것도 나에게는 ‘큰 일’이었다. 그러나 명상단식 원장님이 5일도 짧다고 꼬드기시는 바람에 큰맘 먹고 5일 명상단식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오전과 저녁에 2회 국선도 수련을 하고, 그 사이사이 여러 가지 독소배출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풍욕, 복부 된장찜질, 관장, 산책, 각탕, 냉온욕 등등...

  내가 수련이나 모든 일에 전투에 임하는 ‘전사’처럼 보여서였을까, 원장님은 그동안 열심히 일하셨으니, 푹 쉬면서 휴가를 즐기라고 하셨다.
  “나는 양화기를 형성해보고 싶어서 이곳에 왔습니다.”
  “그것은 하고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요?”
  “때가 되야 되는 것이지요.”
  “때가 언제입니까?”
  “욕심을 놓고, 성실히 수련하고 있자면 때가 오겠지요. ^^”
  “......?”

  끊임없이 채우려고만 하는 나에게 원장님은 ‘비우라’고 하셨다.
  “비우셔야만, 원하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나는 그 말이 참 어려웠다. 비우는 게 어떻게 비우는 것인지 ...
  “밖에서 하는 공부와 이 공부는 반대입니다. 밖에서 하는 공부는 끊임없이 채우는 사람이 우등생이지만, 이 공부는 끊임없이 비워야 우등생이지요.”
  “......!”
  내가 늘 가슴이 답답했던 것, 배꼽이 딱딱한 것 등이 모두 ‘열심히’ ‘많이’ 마시려고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내 배에 된장을 붙여주고는 4시간 동안 할 일도 없으니, 누워서 오로지 토해내는 것만 하라고 하였다.
  ‘수련 7년차 원기 중편을 어찌 보고, 입문호흡을 ...’

  그러나 그래야 가슴 답답한 게 없어진다 하니까, 배꼽 딱딱한 게 없어진다 하니까, 해보았다. 돈 드는 일도 아니겠다 ...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
  어느 순간 숨이 놓아졌다. 숨이 편안해졌다.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듀얼 시스템이 돌아가는 것 같았다. 숨쉬는 나가 있고, 그저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가 있었다. 숨은 자동 시스템에 맡겨두고, 바라보는 나는 다른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 내가 숨을 꽉 붙잡고 있었던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철 들자 망령이라더니, 집에 갈 때 되자 비로소 비워진 것이었다. 그게 명상단식 마지막 날이었다. 5일 안하고, 3일만 했으면 큰일날 뻔했지 ...

  그리고 이상한 것이 있었다. 나는 내심 큰 걱정이 있었다. ‘퀭한 눈과 헬쓱해진 몰골’로 휴가를 끝내고 직장에 출근해야 할 일이 내심 큰 걱정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오히려 내 눈과 피부가 어느새 ‘반들반들’ 빛나고 있었다.
  굶으면서 ‘세상을 새롭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비우고 거듭나기’
  내게 꼭 맞는 처방을 내려주신 우리 풍납동 원장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그 예쁜 얼굴로 내 무좀 발가락을 붙잡고 목초액을 발라주신 명상단식 원장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지금은 단식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죽과 생식으로 보식을 ‘잘~ ’하고 있다.
  
  약수터 산책에서 본 나옹선사의 말씀이 시원한 솔바람을 타고 나의 가슴 속으로 스며들어 있다. 아! 그렇구나. 그렇게 살 수도 있겠구나.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욕심도 벗어 두고 미움도 벗어 두고
         물처럼 바람처럼 머물다 가라 하네.

여름휴가를 다녀와서 신현조 드림